상사화
아주 오랜 옛날 깊숙한 토굴에서
정진 하던 스님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9월 소나기가 장대처럼 내리던 날
스님은 불공을 드리러 왔다가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한 여인에게
한 눈에 반해 사랑에 빠져 버렸답니다.
수행도 중단하고 가슴앓이를 하던 스님은
석달 열흘만에 상사병으로 피를 토하며 죽었고
쓰러진 곳에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바로 그 꽃이 상사화라는 것입니다.
붉은 꽃잎의 선홍색 빛이 더 가슴 아프게 합니다
꽃잎이 대신 말해줍니다
꽃은 잎이 말라 없어진 다음
7~8월에 꽃대를 내어 주지요
실제로 상사화는 잎이
먼저 나와서 죽어 없어지면
그제야 꽃대가 올라와 꽃이 핀답니다
꽃과 잎이 만날 수 없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워 하지만
만날 수 없는 숨바꼭질 같은 사랑을
"상사화 사랑"이라고 했답니다.
Sheila Ryan - The Evening 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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