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7일, 다들 잠든 저녁,
무의탁 노인 시설에 거주하시는 김미순(가명)할머니는
어김없이 큰 보자기를 꺼내들어 짐을 쌉니다.
속옷 한 장 양말 한 짝 까지 그리고
할머니의 당뇨병 약까지...
행여 빠진 게 있는 건 아닐까,
할머니의 곱아든 손마디로
짐을 몇 번이나 다시 싸고 풀면 어느새 날이 샙니다.
5월 8일 아침 해가 아직 머리를 내밀지도 않았을때
할머니께서는 대문 앞까지
무겁지도 않은 짐 보따리를 힘겹게 옮겨놓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털썩 웅크려 앉습니다.
"할머니 오늘 누가 아침 일찍 오세요?"
"응 우리 아들이 어버이날이라고 나 데리러 올 거야."
오지도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할머니께서는 그렇게
하루 종일 웅크려 앉아 계십니다.
할머니는 식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밥 먹는 도중에 아들이 오는 것을 못 보면 안 된다며
막무가내로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밤하늘이 가장 차가워질 무렵에서야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숙소로 들어가십니다.
올해 어버이날에는
그런 할머니 모습마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작년 90세 연세로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20년 세월동안 단 한 차례도
찾아오지 않은 아들을 기다리던,
콘크리트 바닥은 이제 차갑기만 합니다.
이제 그 슬픈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날까요?
왜 이리 할머니가 보고 싶을까요?
-새벽편지 가족중 정순옥님 글-
Sheila Ryan - The Evening 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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