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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편지 가족] 정순옥 "우리 아들이 꼭 온다고 약속했어"

용흥 2015. 9. 18. 00:01

 

 

 

매년 5월 7일, 다들 잠든 저녁,

무의탁 노인 시설에 거주하시는 김미순(가명)할머니는

어김없이 큰 보자기를 꺼내들어 짐을 쌉니다.

 

 속옷 한 장 양말 한 짝 까지 그리고

할머니의 당뇨병 약까지...

행여 빠진 게 있는 건 아닐까,

할머니의 곱아든 손마디로

짐을 몇 번이나 다시 싸고 풀면 어느새 날이 샙니다.

 

5월 8일 아침 해가 아직 머리를 내밀지도 않았을때

할머니께서는 대문 앞까지

무겁지도 않은 짐 보따리를 힘겹게 옮겨놓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털썩 웅크려 앉습니다.

 

"할머니 오늘 누가 아침 일찍 오세요?"

 "응 우리 아들이 어버이날이라고 나 데리러 올 거야."

 

오지도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할머니께서는 그렇게

하루 종일 웅크려 앉아 계십니다.

 

할머니는 식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밥 먹는 도중에 아들이 오는 것을 못 보면 안 된다며

막무가내로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밤하늘이 가장 차가워질 무렵에서야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숙소로 들어가십니다.

 

올해 어버이날에는

그런 할머니 모습마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작년 90세 연세로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20년 세월동안 단 한 차례도

찾아오지 않은 아들을 기다리던,

콘크리트 바닥은 이제 차갑기만 합니다.

 

이제 그 슬픈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날까요?

왜 이리 할머니가 보고 싶을까요?

 

-새벽편지 가족중  정순옥님 글-

 

Sheila Ryan - The Evening B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