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무악석(看無惡石)/수석자료와정보

수석용어 유감 - '자구리'

용흥 2015. 8. 27. 06:31

수석용어 '자구리'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는 곳이 있다.

 

자구리 = 움푹움푹 패여 들어간 자국

자구리 = 요철(凹凸) 움푹움푹 패인 굴곡의 변화

 

뿐만 아니라 '자구리'가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주장과

'자국' 또는 '주름이 자글자글'하다는 우리말에서 유래한

이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추측도 있어 이를 추적해 보기로 한다.

 

먼저 우리말사전에서 '자구리'를 찾아 보면

 1. 밴뎅이(정어과의 바닷물고기)의 방언(경기)

 2. 딱다구리의 방언(경남)

이라는 설명이 나와 있어 수석과는 전혀 관계없는 단어임을 알

수 있고, 제주도 서귀포에 자구리포구가 있으나 그 뜻이나

유래를 알 수는 없다.

 

일본어사전에서 '자구리'를 찾아 보면

자구리 ぢ-ぐり [座繰 · 坐繰]

1. [명사] 앉아서, 고치로부터 실을 뽑으며 얼레에 감는 일. 또는 그 기구.

2. [명사] 나사의 머리가 평면과 같아지게 나사 구멍의 주위를 도려냄 

 

자쿠리 ぢくり 

1. [부사] 칼·송곳 등을 세차게 찌르거나, 단숨에 자르거나 혹은

쪼개는 모양. . 썩둑. 이라는 설명이 나와 있어 역시 수석의

큰주름을 일컫는 설명은 없다.  

 

이에 수석입문서 및 수석잡지의 관련 부분을 찾아 보기로 한다.

 

- [수석미의 탐구] 81쪽, 1977년 10월, 이면근

蛇崩 = 石面에 꾸불꾸불하게 뱀이 지나간 자국처럼 느껴지게

하는 起伏이 있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한글 표기는 없이 '蛇崩(사붕)'이라고만 표기하고 있는 최초의

자료이다.

   

- [분재수석 55호 1982년 5/6월호] 124쪽, '수석용어 小考', 정이성

쟈구레(蛇行, 蛇崩) = 왕주름.  日人들이 '쟈구레'라고 부르는

것은 石面에 뱀(蛇)이 지나간 자국과 같거나 또는 요철(凹凸)

이 생겨서 불규칙적으로 움푹 움푹 홈이 파인 모양의 돌피부를 말한다.

처음으로 '쟈구레'라는 한글 표기가 나타나고, 한자로는 蛇行,

蛇崩 두가지로 표기하고 있다.  한글 용어로 '왕주름'을 제시하고 있다.

 

- [가정원예수석대백과/8 수석] 96쪽, 1983년 6월, 김교식

蛇崩 = 껍질이 뱀처럼 꾸불꾸불 휘어 남은 상태의 주름을 말한다.

 

- [수석입문]132쪽, 1983년 12월, 정영태

홈, 큰주름 = 돌에는 표면이 요철(凹凸) 상태로 되어 있는 것이

많다. 일본 사람들은 마치 뱀이 지나간 자국 같다고 해서 자끄

레(蛇崩)라고 하는데 우리 말에는 적당한 표현이 없어 홈 혹은

큰주름이라 불렀으면 한다.

'자끄레'라는 한글 표기가 나타나고, 한글 용어로 '홈' 혹은

'큰주름'을 제시하고 있다.

 

- [수석입문] 32쪽, 1987년 10월, 권영한

蛇行 = 뱀이 지나간 자국과 같은 주름의 상태

 

- [취미의 수석백과] 129쪽, 1990년 10월, 조종화

자국돌(홈돌) = 돌 표면에 큰 주름이 꾸불꾸불 흡사 뱀이 지나

간 자국처럼 느껴지게 하는 돌이다.  이 돌을 일본 사람들은

자끄레(蛇崩)라고 부른다. 

 

- [수석입문] 46쪽, 1994년. 강석희

홈돌(자국돌) = 돌 표면에 뱀이 지나간 자국처럼 큰 주름이 나 있는 돌을 말한다.

자끄레(蛇崩)이란 말로 대신해 왔으나 이것은 일본어이므로,

이제부터는 홈돌 또는 자국돌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한글 용어로 '홈돌' 또는 '자국돌'을 제시하고 있다.  

 

- [수석과 함께 살아온 세월] 118쪽, 1996년 11월, 권오숭

자꾸레(ジクレ = 蛇崩의 轉語)는 石面에 뱀이 지나간 자국 또

는 凹凸이 있는 상태를 말하는 일본어인데 항간에서 돌 表面

에 屈曲이나 凹凸 등 變化가 좋으면 '자구레' 심지어는 '자구

리' '자글자글하다'라고 語源도 없고 隱語같기도 한 말을

생각없이 사용하고 있는데 시급히 시정하여야 할 사항이다. 

리말로 굴곡, 요철, 자국, 변화미 등으로 충분히 표현 가능하다.

한글 표기로 '자구레', '자구리', '자글자글하다'라는 표현이

나타나고 있다. 

 

다시 우리말사전에서 '쟈구레', '자끄레', '자꾸레', '자구레'를

찾아 보아도 해당되는 말은 없고, 인터넷에서 자구레의 한자

표기가 '巳路'라는 주장만 보일 뿐이다.

'자글자글'이라는 말도 주름과는 전혀 관계가 없이 '찌개가

자글자글 끓고 있다.'거나 '항아리를 자글자글 태우고 있다'

거나 하는 등으로 '적은 양의 액체가 걸쭉하게 잦아들면서

자꾸 끓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이쯤되면 '자구리'의 어원을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찾아야 할

것 같아 1965년 일본의 村田圭司가 지은 [水石]을 뒤적거려

136쪽에서 'ジャグレ = 뱀이 기어서 지나간 자국처럼 凹凸이

있는 상태'라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이로써 해당되는 '자구리'는 일본어에서 온 것이고, 한글 표기

는 '쟈구레'가 맞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나 일본어 사전에서도

'ジャグレ'라는 말은 '자포자기하다'라는 뜻 이외에는 찾을

수 없었고, 이 말의 올바른 한자 표기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蛇崩 =

蛇路 = 

 

발음상으로는 蛇崩이라는 표기에서 파생되었을 것으로 추측

은 되지만 (蛇行, 蛇路는 비슷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村田圭

가 왜 처음부터 蛇崩이라고 표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도

들고, 히라가나가 아닌 가타가나로 표기한 것은 외래어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자구리'는

1. 일본에서 온 용어가 확실하며,

2. 발음상으로는 '쟈구레'가 옳은 표기이고,

3. 한자 표기는 '蛇崩'이 유력하나 확실하지 않고

4. 한글 용어로는 '왕주름' 또는 '큰홈'을 사용하였으면 한다.

[출처]  별무신통 블로그 / 별무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