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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와 건전지] "꼬부라진 건전지는 엄따카더라 "

용흥 2015. 9. 12. 00:02

"꼬부라진 건전지는 엄따카더라 "

다섯 살짜리 손자와 함께사는
영구 할배가 읍에 장보러 가는 날이었다.
할매가 할배 보고 건전지를 사오라고 했다.

“영감,벽시계에 넣을
건전지 하나 사오이소”
“'얼마만한 거?”
“고추만한 작은 걸로요”

근데 이거 잘못 들으면
거시기 얘기하는 거 같은데
장난끼 많은 영구 할배 대뜸
"임자,누구 꺼로 말하노
내 꺼 말이가?영구 꺼 말이가?“

이것을 금방 알아들은 할매도 맞받아친다.
“영감 걸루 사오이소”
(할매 혼잣말:하이고~
영구 것만도 못하민서...)

문밖을 나서던 할배 다시
들어와서 한 마디 더하는데
“근데 섰을 때만한 거로 말하나?
죽었을 때만한 거가?”

화가 잔뜩 난 영구 할매
“아무끼나 사와요!
섰을 때나 죽었을 때나 맹 똑 같으민서“
(할매 혼잣말 ; 아이고 그나저나
요새는 서지도 않으면서....)
 
 

 


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놀기도 하고 술도 한 잔 걸치고 왔는데
정작 건전지 사는 걸 잊어 먹었다.
할매한테 잔소리를 어떻게 듣나 궁리하던 할배
“옳지!"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영감!건전지 사왔나?”
“몬사왔다”
“와요?”
“건전지파는 가게 아가씨가
내꺼 만한 거로 달라 하이꺼네

할배 것이 얼매 만한가
봐야지만 준다 카더라
그래 내사 마 남 챙피시러 바서
안 비주고 그양 와다.
내 잘했제?"

 

 

다음번 장날에도 할배는
건전지 사는 걸 또 잊어 먹었다.
“에그~오늘은 진짜 죽었다.
할멈 잔소리를 우에 듣겄노!”
할배,걱정하며 문으로 들어선다.

“건전지 사왔서요?"
“몬 사 왔다”
“와요?”
“내사 마 건전지를 살끼라고
가가꼬 안있나

창피를 무릅쓰고 아가씨한테
내꺼를 고마 비줬다 아이가,  

 

이 아가씨 손에 침을 바르더라
 내거시기 손바닥으로잡고는
왼쪽,
 오른쪽으로 잡아당겨보고
 
다시 엎으로 당갸보더니 놔 두고서
 한참 들여다보더니만
 
고개 살래 살래 돌리믄서 하는말이
 
 
"요로쿠름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건전지도 엄꼬
 
피익 꼬브라진 건전지도 울 가게는 엄쏘"
 
옆집 과부 가게로 가보시덩가요! 
....카더라"
 
그냥  옹거 잘했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