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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간 아들과 엄마의 엽기 편지

용흥 2014. 7. 31. 20:03

 

 

 

* 이병

부모님 전 상서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날 소생 부모님께 문안 여쭙습니다.

저는 항상 배불리 먹여주시고 잘 보살펴주시는 고참님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대한의 씩씩한 남아가 되어 돌아가는 그 날까지

건강히 지내십시오

 

* 이병 어머니

사랑하는 아들에게.

군에서 소포로 보내온 네 사복을 받아 들고 밤새 울었다.

추운 날씨에 우리 막둥이 감기나 안 걸리고 생활하는 지 이 엄마는 항상 걱정이다.

집안은 모두 편안하니 아무 생각 말고 씩씩하게 군생활 잘 하길 빌겠다.

 

 

 

 

 

* 일병

어머니께.

열라게 빡센 훈련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어제부터 무좀 걸린 발이 도져서 걱정입니다.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았더니 배탈 약을 줍디다.

용돈이 다 떨어졌는데 빨리 보내주지 않으면 옆 관물대를 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 일병 어머니

아들 보아라.

휴가 나와서 네가 타간 용돈 때문에 가계부가 정리가 안 된다.

그래도 네가 잘 먹고 푹 쉬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다음 휴가 나올 때는 미리 미리

연락주길 바란다, 돈을 모아놔야 하거든.

그리고 군복 맞추는 돈은 입금시켰으니 좋은 걸로 장만하길 바라마.

(ps 니 아빠 때는 군대에서 그냥 줬다던데?)

 

 

 

 

 

* 상병

엄마에게.

엄마, 왜 면회 안 와?

아들이 이 촌구석에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어제 김일병 엄마는 먹을 거 잔뜩 싸 들고 와서 내무반에 풀고

외박 나가서 아나고 회도 먹었다더라.

엄마는 가끔 내 친 엄마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투덜~ 투덜~

 

* 상병 어머니

아들아, 수신자 부담 전화는 이제 그만하길 바란다.

너는 군생활 하면서 무슨 놈에 전화를 그렇게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슨 놈에 휴가는 또 그리 자주 나오냐?

누굴 닮아 저 모양이냐고 어제는 아빠와 대판 싸웠다.

결국 내가 이겨서 너는 아빠를 닮은 것으로 판정 났으니 그리 알아라

 

 

 

 

* 병장

여기는 사람 살 곳이 못돼.

지금까지 어떻게 군생활을 했나 내가 생각해도 용해~

똥 국을 너무 많이 먹어 얼굴에 황달 기가 돌아 미치겠어.

그리고 보내준 무스가 다 떨어졌옹~ 하나 더 보내줭.

헤어스타일이 영 자세가 안 잡혀.

글구 놀라지 마.

어제 내가 몰던 찝차가 뒤집어져서 고장 났는데 사비로 고쳐야 한대.

엄마… 100만 원이면 어떻게 막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 주까지 어떻게 안 될까?

 

* 병장 어머니

니 보직이 PX병이란 사실을 이제야 알아냈다.

찝차 고치는데 가져간 돈, 좋게 말 할 때 반납하기 바란다.

요즘 가정 형편이 어려우니 차라리 거기서 말뚝이나 박으면 좋으련만...

니가 쓰던 방은 어제부터 셋방으로 쓰고 있다.

벌써 22개월이 다 지나간 걸 보니 착찹하기 그지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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