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무악석(看無惡石)/수석자료와정보

평원석(平原石)과 토파석(土坡石)

용흥 2014. 7. 12. 18:47
 

평원석(平原石)과 토파석(土坡石)  :이글은 하암 박래근님 글입니다.

한 쪽에 산봉우리가 솟고 언덕이 있으며 그 옆이나 앞으로 넓은 평면(평지)이 전개되어 있을 때 이것을 평원석(平原石)이라 한다. 마치 호남평야와 같은 넓디넓은 평원(平原)을 연상케 되는 돌이다

광활하게 평지(平地)가 전개되는 이 평원경(平原景)의 맛과 흥취는 무엇 보 다 원근(遠近)에 대한 감각이 세련되어야 더욱 깊어진다. 보는 사람마다 후련 함을 느끼고 확 트인 해방감, 때로는 고독의 요람 속을 헤매게 한다.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도시의 번거로운 혼잡 속에서, 사람들과의 미묘한 갈등 속에서, 훌쩍 뛰어나와 아득한 평원(平原)의 경치를 바라보노라면  답답증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리는 해방의 자유를 누리게 된다. 이러한 것을 자그마한 평원석(平原石)에서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평원석(平原石)에 있어서, 평평한 저 끝에 콩알만 하게라도 봉(峰)이 생겨 있으면 아득한 산처럼 감상하게 되며, 그러한 봉(峰)이 여러 개 있으면 말 할 수 없이 좋다. 또 평면에 패여 들어간 부분이 있으면 풍우설상에 의해 파헤쳐진 구렁이나 늪 또는 평야(平野)의 호수로도 보게 된다.

주봉이 경사지게 내려오다가 능선의 굴곡이 이뤄져 또 다른 언덕이 솟아  있어도 좋으며, 주봉(主峰)과 평지(平地)가 맞닿는 곳이 해안의 포구처럼  드나듦이 이뤄져 있으면 보다 감상하기에 흥겹다.
  
이렇듯 자연스럽게 이뤄진 경개가 갖추어지지 않은, 즉 봉우리 비슷한 것이 솟은데다가 평면이 이뤄진 것이면 무턱대고 평원석(平原石)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많은데, 이 때문에 평원석 답지 않은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일은 평원석(平原石)과 토파석(土坡石)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日本)에서는 평원경(平原景)을 다 토파석(土坡石)이라고 잘못 부르고 있는 것을 멋모르고 본 따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잘못이다.

평원석(平原石)은 원경(遠景)으로 아주 넓은 경개(景槪)를 나타내는 것임에 반하여 토파석(土坡石)은 근경(近景)으로 경(景)은 퍽 비좁은 부분이다.

토파(土坡)라는 용어는 중국의 산수화(山水畵)에서 제일 먼저 쓰여 진 말인데, 산간(山間)의 작은 언덕에 평탄하게 이뤄진 형상인 것이다. 즉 산악 중에 극히 일부분을 이루고 있는 작은 경(景)의 평지이다. 또는 커다란 바위 위가 평탄하게 이뤄진 양상이다. 또는 산 밑에 이뤄진 오솔길의 평탄한 부분을 말하기도 한다.

산을 타 보노라면 바위가 불쑥 올랐다가 그 위가 평면을 이루고 있는 것, 산길 가에 평평한 지대가 이뤄지고 그 밑이 벼랑인 곳, 언덕 위가 깎여진 듯 평지를 이루고 있는 상태 등등, 이러한 경치를 이따금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토파(土坡)이다. 이 토파(土坡)의 경(景)을 닮은 돌이 토파석(土坡石)인 것이다. 이 토파의 경이 하나의 돌에 형성된 것이 있는가하면, 여타의 산수석에서 어느 한 일부분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꽤 있다.

이 토파(土坡)의 경(景)을 감상하노라면 먼 나들이를 가다가 그 곳에서 피로한 몸을 잠시 쉬면서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평안한 마음으로 산 경치를 두루 두루 구경하는 한적(閑適)의 기분에 잠기게 된다. 끝